기다림, 회복, 그리고 나아감(창 31:1-13)
오늘 말씀은 야곱과 라반이 갈등하여 야곱이 고향으로 떠날 것을 결단하는 장면이다. 라반과 다시 계약을 맺은 지 6년 만에 야곱은 거부가 되었다. 그러자 라반과 그의 아들들이 야곱에게 적대감을 품고 그를 험담한다. 야곱이 라반의 소유를 빼앗아 부자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 무렵에 야곱은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고향을 향해 떠나기로 결심하게 된다.
야곱으로 인해서 라반이 얼마나 큰 복을 받았는가는 누구보다도 라반과 그 아들들이 잘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하나님이 야곱에게 복을 주셨다는 사실에 감사해야 했다. 그로 인해서 자기들도 하나님의 복을 누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은 감사의 기회에 감사하지 못했다. 그들은 오히려 갈등을 일으키는 무리로 전락해 버렸다. 이렇게 라반과 야곱의 갈등은 소유로 인해 불거진 것이다. 소유가 많아지면서 하나님께 감사해야 하는데, 오히려 불평하고 불만족스럽게 생각하면서 갈등했다.
그런데 여기에서 야곱의 생애를 이끄시는 하나님의 경륜이 또 다시 나타나고 있다. 우리는 그것을 발견해야 한다. 오늘 말씀을 통해서 하나님의 경륜을 말씀드리려고 한다. 이 말씀을 통해서 하나님을 만나시고, 삶이 변화되는 은혜가 있으시기 바란다.
1. 기다리게 하시는 하나님의 뜻이 있다.
야곱의 삶을 들여다보면, 마치 출애굽 스토리를 미리 보여주는 것처럼 보여 진다. 야곱이 들어간 땅이 하란이었다. 하란은 아브라함의 아버지인 데라의 아들이었는데, 갈데아인의 땅 우르에서 자기 아버지보다 먼저 세상을 떠났다. 하나님의 언약과 관계없는 이방인의 땅에서 세상을 떠났는데, 그 이름이 땅의 이름이 되었다. 그런데 이 땅의 이름인 ‘하란’의 뜻이 ‘메마른, 건조한’이란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하나님의 약속과 상관없는 곳은 메마르고 건조한 땅과 같다. 메마르고 건조한 땅의 결국은 죽음이다. 그곳에는 하나님의 약속으로 향하는 길이 없다. 마치 애굽과 같은 세상인 것이다.
야곱이 그 곳에 들어가서 사는데, 20년 동안 노예처럼 일하면서 살았다. 애굽 땅에서 이스라엘 백성이 노예로 살았던 것처럼, 야곱은 하란에서 노예처럼 일했다. 이스라엘 백성은 애굽에서 열 가지 재앙을 보았는데, 야곱은 라반이 품삯을 열 번이나 속여 먹는 일을 본다. 이스라엘이 출애굽 때 많은 재물을 가지고 나온 것처럼, 야곱도 하란을 떠날 때 많은 재물을 가지고 나온다. 출애굽 때 강퍅해진 바로가 이스라엘 백성을 죽이려고 쫓았던 것처럼, 라반도 야곱을 죽일 것처럼 추격해 온다. 야곱의 삶을 보니까 이스라엘이 애굽에서 살던 모습과 출애굽의 역사를 미리 보여주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출애굽의 역사는 기다림의 역사이다. 하나님은 노예로 살던 백성이 애굽에서 나올 때까지 400년을 기다리게 하셨다. 약속의 땅인 가나안에 들어가기까지 40년을 기다리게 하셨다. 마찬가지로 야곱도 라반의 집에서 노예처럼 20년을 일하면서 기다려야 했다. 그런 기다림의 세월이 끝날 때까지 괴로움이 많았다. 그러면 하나님께서는 왜 이렇게 기다리게 하시나? 왜 이렇게 기다리게 하셔서 뜻을 이루시는 것일까? 그 이유가 “거룩과 성결”에 있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우리의 자아를 오랜 동안 연단하셔서 부수고 깨뜨리신다. 자아가 거듭나게 하신다는 것이다. 그래서 거룩과 성결에 이르게 하려고 하신다.
야곱의 생애를 보면, 계속해서 기다리게 하시는 인생이다. 그런데 그렇게 기다리게 하시는 하나님의 섭리가 무엇이었나? 야곱의 변화이다. 야곱을 이스라엘로 변화시켜 나가시는 거룩과 성결의 과정이었다는 말씀이다. 하나님은 하나님의 자녀들을 연단하신다. 무조건 축복하시고, 무조건 세상적으로 잘 되게 하시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실패를 경험하게 하신다. 때로는 사기도 당하고, 배신도 당하게 하신다. 때로는 억울한 일을 겪게도 하시고, 죽음을 목격하게 하시기도 한다. 그렇게 해서 이 세상을 의지할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하신다. 인생이 자기 계획대로 살아지는 것이 아니고, 세상이 자기 마음대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하신다. 그래서 진실한 마음으로 하나님만 의지하면서 사는 신자로, “자아”가 거듭나게 하신다. 그렇게 성도들을 인도하시면서 주님을 닮은 거룩한 사람으로 만들어 가시는 것이다.
2. 회복을 통해 이루시려는 일이 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선물이 많이 있다. 그런데 그런 것들을 제대로 사용하고 다스려야 한다. 사람들은 소유하면 행복할 것이라고 착각한다. 그러나 소유가 행복을 가져다 주던가? 소유를 제대로 다스리지 못하면, 그로 인해서 다툼이 일어나고 갈등이 나타난다. 그것이 재물이든지, 가정이든지, 자식이든지, 혹은 권력이든지 제대로 다스려야 한다. 다스려지지 않는 것은, 그 어떤 소유라도 행복과 만족을 가져다 줄 수 없다. 그래서 하나님께서 인간을 지으시고,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땅을 정복하라, 바다의 물고기와 하늘의 새와 땅에 움직이는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창 1:28)고 말씀하신 것이다.
소유가 행복이 되게 해야 하는데, 소유가 행복이 되게 하려면 잘 다스려야 한다. 그런데 잘 다스리려면 하나님을 인정해야 한다. 우리에게 무엇이 주어졌든지 그것이 하나님으로부터 출발된 것임을 인정해야 한다. “내가 나 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로 된 것이니...”(고전 15:10)라는 고백이 있으면, 모든 것이 은혜이고 감사가 되게 되어 있다. 하나님은 우리가 은혜를 기억하는 사람이 되기 원하신다.
야곱이 20년 동안 노예처럼 일하면서 살았는데, 그 와중에도 하나님의 은혜가 그의 삶에 있었다. 그것을 야곱이 고백한다. 5절에서 야곱은 그의 아내들에게 “내가 그대들의 아버지의 안색을 본즉 내게 대하여 전과 같지 아니하도다 그러할지라도 내 아버지의 하나님은 나와 함께 계셨느니라”고 했다. 하나님께서 함께 하셨다는 것이다. 7절에서는 라반이 품삯을 열 번이나 변경했지만, 그 와중에도 하나님이 자기를 헤치지는 못하게 하셨다고 말한다. 한 마디로, 하나님의 은혜가 그의 인생을 붙잡고 계셨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나님께서 야곱과 함께 하시면서 어떻게 하셨나? 야곱의 자아가 하나님을 향하고 그의 자아가 하나님을 찾았을 때, 하나님께서 응답하셨다. 9절, “하나님이 이같이 그대들의 아버지의 가축을 빼앗아 내게 주셨느니라” 여기서 “빼앗아”에 해당하는 히브리어 ‘나찰’의 뜻은 ‘건져내다, 끌어내다, 되찾다’이다. 그러니까 하나님께서 라반의 것을 빼앗아서 야곱에게 주신 것이 아니다. 본래 야곱의 몫이었던 것을 되찾게 하신 것이다. 야곱이 잃어버린 것, 상실한 것을 회복시켜 주신 것이다. 이렇게 야곱이 잃어버린 것을 회복하게 하셔서, 하나님이 이루시려는 것이 무엇이겠나? 은혜를 기억하고, 언약을 이루시는 하나님께 감사하라는 것이다. 13절에서 “나는 벧엘의 하나님이라 네가 거기서 기둥에 기름을 붓고 거기서 내게 서원하였으니...”라는 말씀이 나온다.
“벧엘의 하나님”이란 야곱과 함께 하기로 약속하신 하나님이다. 언약을 이루기까지 함께 하시겠다고 하신 하나님이다. 야곱을 반드시 본래의 자리로, 본향으로 돌아가게 하시겠다고 하신 하나님이다. 하나님이 그런 분이시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그런 하나님의 은혜를 기억하고, 은혜에 감사하라는 것이다. 하나님은 성도들이 구원받은 은혜를 기억하기 원하신다. 하나님의 은혜로 구원받아 천국 영생의 삶이 보장된 존재인 것으로 믿으라고 하신다. 그 크신 은혜에 감사하라고 하신다.
3. 본향으로 나아가게 하시는 하나님의 섭리가 있다.
2절과 3절 말씀을 자세히 들여다보라. 2절과 3절 사이에 시간적 간격이 얼마나 되었을까? 2절, “야곱이 라반의 안색을 본즉 자기에게 대하여 전과 같지 아니하더라” 그러니까 하나님께서 야곱에게 고향으로 돌아가라고 말씀하시는 장면이 이어진다. 어느 날이었다. 야곱은 라반의 안색이 이전과 같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야곱이 서운하게 생각하고, 또 갑자기 하란을 떠나야겠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두 사람의 갈등이 점점 깊어지기 시작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대화도 잘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 때 야곱이 무엇을 했을까? 야곱은 하나님께 답답한 심정을 고백했을 것이다. 기도했을지도 모르고, 밤하늘을 보면서 하나님을 찾았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갈등이 깊어지고, 야곱이 하나님을 찾았을 때 하나님의 음성이 들려졌다. 3절, “여호와께서 야곱에게 이르시되 네 조상의 땅 네 족속에게로 돌아가라 내가 너와 함께 있으리라 하신지라” 그는 위기와 갈등 앞에서 하나님께 나아갔다. 하나님께로 마음의 방향을 돌려 세웠다. 그가 그렇게 했을 때, 주님의 음성이 그에게 들려진 것이다.
삶에 어려움이나 갈등이 들어오게 되면, 우리는 하나님 앞에 우선적으로 기도해야 한다. 그렇게 기도하고 말씀을 묵상하다 보면, 하나님께서 성도가 있어야 하는 자리로 이끌고 가신다. 본래 있어야 하는 삶의 자리, 영적인 자리로 이끌어 가신다는 말씀이다. 그래서 결국에는 성도가 어디로 인생의 방향을 잡아야 하는지 깨닫게 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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